아들의 가장 큰 팬

6시, 알람 소리에 기상을 합니다.
주방으로 내려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어제 밤에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베이글을 찾아 반을 갈라놓습니다. 물을 살짝 묻혀놓고, 잠시 주식 시장 동향을 체크합니다.


6시 20분, 큰아이 방에 가서 아이를 깨웁니다.
고등학교 11학년, 아침에 일찍 수업을 듣기에 일찍 서두르는 편입니다. 오늘은 유독 피곤한 모습입니다.
이번 주에 AP 시험이 4과목이나 있어서, 큰아이가 밤마다 책상에 앉아 씨름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합니다.


거실 쇼파에 앉는 아이에게 적당히 토스트한 베이글을 건넵니다.
“어제 늦게 잤어?”
고개만 잠시 끄덕이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주방으로 돌아가 도시락을 싸기 시작합니다.
소시지와 마른 반찬, 그리고 밥. 학교 카페테리아 점심보다, 엉성하더라도 아빠가 싸준 도시락을 더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7시, 라이드를 해주려고 아이와 집을 나섭니다.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 아이는 뒷자리에 앉아 눈을 떴다 감았다 합니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눈치를 보다 한마디 건넵니다.
“아들, 시험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준비해.”
착하기만 한 아이는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입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결과가 늘 조금씩 아쉬웠던 아이입니다.
아빠의 눈에는 안타까우면서도, 도와주고 싶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게끔 만드는 아이입니다.


학교로 가는 짧은 10분이지만, 백미러로 흘깃거리며 보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릴 적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 뒷자리 어딘가에서 꾸벅거리며 졸고 있던 고등학생. 나름 내신과 수능 준비를 한다고, 어딘가 피곤한 기색으로 등교하던 그런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30년쯤 지난 이야기지만, 그때의 저와 지금의 큰아이의 모습은 어딘가 이미지가 교차됩니다.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막연하게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뭐라고 하지 말자.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자. 항상 뒤에서 믿음을 주는 부모가 되자.”
그게 이 나라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가끔은 그 다짐을 못 지키기도 합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를 보면서, 착하고 순진하지만 어딘가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을 보면서, 순간의 꾸지람을 피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7시 10분, 차에서 내리는 아이에게 주먹을 내밀며 인사를 건넵니다.
“하루 잘 보내.”
아직은 “바이”라는 인사와 함께 주먹을 맞대어주는 아들입니다.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잠시 봅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잔소리도 하고 혼내기도 하는 아빠이지만, 언제든 아들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등을 두들겨주는 아빠가 되자고.


저는 제 큰아들의 가장 큰 팬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