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의 기초라고 부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회사의 모든 숫자는 계정에 속하고,
그 계정들은 모든 거래에 대해 두 개의 포지션 중 하나를 가진다.
P/L의 포지션이냐, B/S의 포지션이냐.
거래는 시간의 흐름대로 누적된다.
하루, 한 달, 분기, 1년. 그렇게 GL이 만들어진다.
GL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TB(시산표)가 나오고,
TB에서 4대 재무제표가 나온다.
재무제표에서 분석 보고서가 나오고,
조정을 거쳐 세무 신고로 이어진다.
회사의 모든 숫자가 결국 이 한 줄기에서 흐른다.
가장 기본인 것 같으면서도,
이 기초 공사가 탄탄해야
그 위에 올라가는 모든 일이 명확해진다.
예전부터 회사에 인턴이 들어오면 던지는 숙제가 있다.
한 달 동안 가상의 회사 하나를 정해서 그 회사의 GL을 만들어 오라고 시킨다.
엑셀 양식도 주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던진다.
그 한 달 동안 인턴이 마주하는 질문은 생각보다 많다.
COA(계정과목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어떤 거래를 GL에 어떻게 적을 것인가.
어떤 순서로 처리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는 동안 인턴은
회계의 기초를 외운 사람에서
회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본 사람이 된다.
물론 결과물은 사람마다 다르다.
거래의 포지션을 엉터리로 잡는 경우도 있고,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보가 충분치 않은 결과물도 많다.
20년 정도 일하면서 꽤 많은 회사의 GL을 봤다.
기본 윤곽은 비슷하지만, 디테일은 회사마다 다르다.
데이터 구조가 잘 잡힌 회사의 GL은
디멘션과 필드 값이 충분히 풍부해서
그 거래가 어떤 성격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어느 사업부, 어느 채널, 어느 고객, 어느 프로젝트.
반면 작은 회사의 GL은
단순한 회계 처리와 짧은 텍스트뿐이다.
거래는 기록되지만, 그 거래의 성격은 흐릿하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GL이 풍부한 회사는 같은 거래에서 더 많은 결정의 근거를 끌어낸다.
GL이 빈약한 회사는 결산은 되지만, 결산 이상의 통찰은 어렵다.
재무쟁이가 회사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
운영의 별도 보고서 없이 어느 레벨까지 경영 전반을 분석할 수 있는가 —
이 GL이라는 캐릭터가 꽤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TB와 재무제표는 숫자만 보여준다.
큰 그림은 잡을 수 있어도, 거래의 성격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GL을 잘 만드는 일이 그만큼 핵심이다.
엑셀을 펴놓고 50개의 임의 거래를 던져주며
GL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헤매는 친구들이 꽤 많다.
지금은 시스템이 알아서 해주니
그렇게까지 심각해질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스템이 해주는 것과
그 본질을 아는 것은 다르다.
GL은 껴 맞추는 게 아니다.
뼈대 공사를 튼튼히 하듯, 하나씩 하나씩 올려 쌓는 것이다.
그 다음에 이어질 일들과의 관계성을 생각하며,
데이터가 어떻게 반영될지를 설계해야 한다.
GL을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것 —
그게 재무쟁이의 1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