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쟁이로 20년을 지내면서,
내가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재무제표를 검토하면서,
그 완전성에 스스로 의심을 삼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스스로는 맞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은 굳이 확인하려 하지 않았고,
보이는 오류는 눈을 감으려 했고,
억지스러운 부분은 모른 척 껴맞추려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핵심적이지 않다.” “중요하지 않다.”
면서 합리화 했던 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나는,
내 숫자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
예전에 결산팀 팀장을 하던 시절,
진행률로 매출을 인식하던 때가 문득 떠오른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나 사업의 진행률 매출은
Book의 완전성에 가장 정직하게 챌린지를 거는 영역 중 하나이다.
추정치에서 시작하는 매출 계산의 함정.
집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
PM과 경영진의 실적 압박.
누락된 정황과 실제 공정률과의 괴리감.
여러 지표가 보여주는 불안감 속에도,
마감되는 집계를 토대로 매월 몇천억 단위의 매출을
기계처럼 인식하며 결산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달은 프로젝트 PM들마다 전화를 걸어 소리도 쳐보고,
몇 달은 윗분들께 보고도 해봤지만,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좋지 않은 흐름들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어도,
매월 매출을 확정하는 순간 또 다른 다음 달이 찾아와 결산을 해야 했고,
나는 그 흐름에 어느새 무뎌져 갔다.
결국은 끝이 좋지 않았다.
그 안 좋았던 직감은 한꺼번에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계약 변경이나
이런저런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
매월 속보로 나오는 안 좋은 숫자를 들고
윗분들 앞에 서 있는 날이 많았다.
지금은 다 옛날 얘기지만,
진행률 매출 계산이 완전성이 어려운 건,
계약과 이익 추정에 근거한 계산도 계산이지만,
시점에 집계 오류가 나오는 구간도 많고,
여러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 중에
이해 충돌이 나는 지점이 너무 많아
쉽게 추정을 바꾸기가 어려웠다.
오늘도 현업에서 일하는 재무쟁이들은,
자신들의 Book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점검을 하고 검토를 할 것이다.
전월이나 전년 증감, 추세 등의 지표를 통해 합리성을 갖추고,
계정별 Aging도 확인을 하고 있을 것이다.
회계 자체는 정해진 룰에서 반영하면 된다.
완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건,
그 룰에 “누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사람의 판단과 그 과정의 프로세스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생각보다 꽤 복잡하고,
여러 사람 혹은 누군가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버린다.
Book의 완전성이 어려운 이유 중 큰 부분이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무제표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들을 보면,
방법은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이유는 다 비슷하다.
그 이유를 알면서도, 그 사람들과 프로세스 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것 —
그게 재무쟁이의 자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