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 보이, 졸업식 날

둘째 아이 졸업식을 다녀왔다.

오전에 두 시간 정도 상장만 주는 행사를 먼저 하고,
저녁에 한 시간짜리 세레모니가 따로 있었다.
의미 있는 날인 만큼 온 가족이 다 같이 가서 축하해줬다.

중학교 3년이 금세 지나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로보틱스를 계속하면서, 말 그대로 3년을 그걸로 훨훨 태운 아이다.

빌더와 드라이버에 특출한 아이인데, 6학년 때는 학년에 밀려 기회를 못 잡고 있었다.
매일같이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같이 연습하고,
기회를 한두 번 받더니 어느날부터 메인 드라이버로 대회에 나갔다.
그리고, 지역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처음으로 월드 대회까지 갔다.
예선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자신의 열정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처음 보여준 해였던 것 같다.

7학년, 팀의 메인 빌더이자 드라이버로 인정받기 시작한 해였다.
추운 겨울날 오하이오의 어느 도시 대회에 참여했는데,
눈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 참여한 월드 대회에서는 디비전 예선을 통과하고 8강에서 아깝게 졌다.
시합이 끝나고 울고 있는 아이를 멀리서 지켜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8학년, 팀 리더가 되어 중학교 마지막 해를 보냈다.
시작은 좋았는데, 팀원들과의 불화와 마찰로 평탄하지 않은 한 해였다.

중간에 코더와 빌더가 이탈했다.
다른 멤버들 일정도 맞지 않았다.
겨울 어느 날에는 단둘이 애리조나 대회에 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익혔다.
로봇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집안 차고에 있는 아이만을 위한 공간에서,
늦은 새벽까지 있던 날들도 많았다.


마지막 해는 팀원은 별로 없는데 대회 성적이 정말 좋았다.
LA/OC 대회에서 서너 번 1등을 했고,
월드 티켓이 걸려 있던 캘리포니아 지역 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

그리고 중학교 마지막으로 참여한 월드 대회,
디비전 준결승에서 또다시 지면서….그렇게 마무리됐다.
내 기억 속 3년의 아이 모습을 떠올리면 이런 장면들이다.

3년 동안 대회를 함께 다니며 차와 비행기, 호텔 안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다른 학부모들에게 칭찬을 받아 아빠 어깨가 으쓱했던 적도,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으로,
나름 행복한 상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졸업식날,
어색하게 정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아이의 모습은 아직도 옛날 어릴 적 같은데,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는 게 참 새삼스럽다.

지난 3년,
이 나이 아이들이 다 그러듯 학교와 로봇 팀 친구들과 만든 추억들, 그 안의 갈등과 생각들,
로보틱스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와 압박감, 팀원들과의 마찰과 이탈까지,
원하지 않았던, 편치 않은 과정도 있었을 거다.
이젠 다 지나간 기억으로 남기고, 새로 시작하는 고등학교 생활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생각이 많고 신중한 아이다.
조금 예민한 부분이 엄마를 가끔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 회복하고 다시 열정을 보여줬던 아이다.

마지막 월드 대회에서 지고 나서,
‘아빠, 나 로보틱스 이제 안 할까 봐’라고 말했지만,
다시 생각을 가다듬고 고등학교에서도 로보틱스를 하기로 하고 학교 팀에 들어갔다.

앞으로 어떤 4년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들, 졸업 축하하고, 멋있는 고등학생이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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