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막내가 태어났다. 한국에서 은퇴하신 부모님은 손주들을 돌봐주러 기꺼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셨다. 낯선 땅에서 아들 집에 머물며 아이들만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부모님께 필요한 건 단순한 용돈이 아니라, 스스로의 일상을 지탱할 수 있는 **’시스템’**과 **’소속감’**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사업,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샵 인수가 시작되었다.

시스템 위에서 춤추는 숫자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나에게 가장 큰 매력은 ‘시스템’이었다. 이미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매장, 숙련된 스태프들, 그리고 매뉴얼화된 프랜차이즈의 프로세스. 비록 브랜드의 기세는 예전만 못했지만, 입지와 단골층이라는 무형의 자산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거의 현장에 없더라도 운영을 할수 있을것 같은 이 ‘시스템’이 매력적이였다.
하지만 ‘재무쟁이’의 본능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놓치진 않았다.
숫자를 잡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많은 이들이 사업은 ‘운’이나 ‘기세’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무쟁이인 내가 믿는 건 조금 달랐다. 사업의 모든 과정과 결과는 결국 ‘돈’이라는 언어로 연결되어야 하고, 그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숫자다.
지인의 가게였지만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3~4년 치의 세금 신고 내역, 몇 개월간의 비품 구매 리스트, POS 매출 현황을 식탁 위에 펼쳐놓고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 인건비의 재구성: 전 주인의 노동력을 유료 인력으로 대체했을 때의 시나리오.
- 고정비의 재산출: 부모님의 차량 리스료와 최소한의 근로 소득을 포함한 방어선 구축.
내가 집요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린 이유는 단 하나다. 숫자를 먼저 잡지 않고서는, 사업의 성과나 진행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숫자가 잡혀있지 않은 사업은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다.
시뮬레이션은 ‘오류’를 찾는 과정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던 비지니스였지만 몇십번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것이다. 손익 계산서를 다듬고, 추정 계산기를 두드리며 내가 찾고자 했던 건 ‘대박의 꿈’이 아니라 ‘계산의 오류’였다. “내가 놓친 비용은 없는가?”, “이 매출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까지 숫자를 뜯어봤다. 배달 앱이 흔치 않던 시절, 아버님이 직접 뛸 캐더링 매출은 아예 수익 계산에서 제외했다. 그건 보너스일 뿐, 사업의 기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담백하게 마주하는 숫자의 무게
결국 부모님과 함께 50%씩 투자금을 모아서 법인을 세우고 최종 인수를 마쳤다.
나에게 그 가게는 단순한 투자처가 아니었다. 아들의 책임감이었고, 부모님의 삶을 지탱할 든든한 울타리였다. 수천억의 기업 예산을 짤 때보다, 법인 서류에 사인하던 그날의 숫자가 훨씬 더 묵직하게 다가왔던 이유다.
“숫자를 만드는 법을 알아야 그 무게를 깨닫고, 무게를 알아야 비로소 사업이 보인다.” 사업의 시작에서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화려한 마케팅 이전에 차가운 시뮬레이션을 통해 숫자의 과녁을 여러가지 각도로 맞추는 일이다. 사업 계획서나 인수 과정에서 숫자적 검증과 시뮬레이션은, 그 사업의 상품이나 아이디어만큼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